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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04-09 14:28:40 | 조회수 | 2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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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팔아 '마지막 길' 준비한 김옥자 할머니남편은 폐암 사망, 자식들은 연락 끊겨상조서비스 가입했지만 '먹튀 폐업'288만원 냈는데 돌려받은 돈은 32만원 뿐1월 25일, 납입자본금 3억→15억원 상향 ━상조업체 폐업과 함께 날아간 김옥자 할머니의 바람김옥자(74) 할머니는 홀로 산다. 서울 동대문 일대에선 ‘폐지 할머니’로 불린다. 영하의 날씨에도 굽은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매일 신문과 상자를 줍는다. 10시간 이상 폐지를 주워 버는 돈은 하루 4000원 남짓.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부족한 금액이다. 기자를 만난 할머니는 “오전 내내 일하며 벌었다”며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내놓았다. “이제 와서 죽는 건 안 두려워, 죽고 난 다음이 걱정이지. 가족도 없고 남편도 없이 혼자 사는 노인네인데…. 시신도 돌봐줄 사람도 없으니 마지막 가는 길도 외롭겠구나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지. 아무도 내가 죽은 걸 모른 채 집에서 죽는 것, 그것만큼 슬픈 일이 어디 있겠어.” 김옥자 할머니는 "새벽부터 폐지를 주워 번 돈"이라며 1300원을 꺼냈다. 영하의 날씨에 반나절 동안 온 동네를 돌아 번 돈이다. 정진우 기자 김 할머니는 집안이 어려워진 탓에 두 명의 자식과 연락이 끊긴 지 10년이 넘었다고 했다. 남편은 2012년 폐암으로 눈을 감았다. 장례식을 치를 돈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으로 1일장을 치렀다. ━“편히 눈 감지는 못할 것 같네”평생 함께한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마저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아 이듬해 상조서비스에 가입했다. 관과 수의·꽃장식 등의 장례 절차를 포함한 380만원 짜리 상품이었다. 낮에는 건물 청소를, 밤에는 폐지를 주워 매달 8만원씩 상조업체에 돈을 냈다. 자신의 죽음만은 대비하자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렇게 3년여, 전화 한 통에 할머니의 바람은 산산조각이 났다. 가입했던 상조업체가 폐업했다는 소식과 함께 그간 납입금의 일부를 보상금으로 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32만원 받아가라.” 3년간 쌓은 납입금은 288만원이었다. “끼니를 거르고 난방비를 아껴가며 모은 돈이었는데 회사가 망했다니… 하나님이 나를 버렸다는 생각뿐이었지. 아마도 편히 눈을 감지는 못할 것 같네.” ━ 잇따른 ‘먹튀 폐업’…3년간 ‘상조 피해자’ 31만명 최근 3년간 총 85개의 상조업체가 폐업해 31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업체 폐업 외에도 계약 불이행과 미동의 가입 등 상조업체 고객을 둘러싼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3년간 폐업한 상조업체는 85개, 피해를 본 가입 고객만 31만 명이다. 김옥자 할머니는 그중 한 명이다. 업체가 폐업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 된다. 납입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행법상 상조업체는 고객 납입금 중 50%를 은행·조합 등에 예치해야 한다. 업체가 폐업해도 법적으론 납입금의 절반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조업체 중 고객 납입금의 50%를 현금 형태로 예치한 곳은 전무하다. 대부분은 10% 안팎의 현금을 예치한 뒤 나머지는 ‘보증’ 형태로 대체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상조업체 가입 고객 539만명의 납입금 5조800억원 중 은행·조합에 예치된 돈은 9124억원(17.9%)에 불과하다. 원래대로라면 납입금의 절반인 2조5400억원이 예치돼 있어야 하지만, 은행과 조합에서 신용보증이란 명목으로 1조6176억원을 깎아주고 있는 것이다. 상조업계에선 공공연한 ‘꼼수’다. 김옥자 할머니가 가입했던 A 상조업체는 7000여 명의 고객이 낸 납입금 중 8%만 은행에 예치했다. 나머지 돈으로 사업을 벌였다. 처음엔 고객 납입금을 대부업체에 빌려주고 이자를 얹어 받아내는 형태로 수익을 냈다. 나중엔 직접 대부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상조업체까지 문을 닫게 됐다. ━다가온 ‘운명의 날’…경영진 ‘쌈짓돈’으로 전락한 고객 적립금A업체의 대표였던 장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매달 10억원 가까운 납입금이 들어오니 이 돈을 굴려 더 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곤 “나를 포함해 수많은 상조업체가 폐업하는 것은 납입금 사용에 대한 규제가 없어 위험이 큰 곳에 투자하다 망하기 때문”이라며 “나름 잘해보자고 한 일인데, 지금은 죄인처럼 숨어지내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1월 25일 상조업체 등록을 위한 자본금 기준이 3억에서 15억원으로 상향조정된다. 업계에선 “정작 납입금 등에 대한 조치가 필요한 데 자본금 기준만 올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현재 130여개 업체 중 41개가 기준에 미달한다. 이틀 안에 자본금을 15억으로 증액하지 못할 경우 폐업 처리된다. 이들 업체에 가입한 고객 수는 2만2000여명, 또 다른 ‘김 할머니’들의 바람이 흩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탐사보도팀=유지혜·정진우·하준호 기자 dino8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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